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나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막도 깨끗하고 검사상 문제가 없다는데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이런 분들이 오시면 저는 귀만 보지 않습니다.

귀 안쪽에는 균형과 소리를 담당하는, 액체로 채워진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 수분이 고여 압력이 올라가면 먹먹한 느낌과 이명, 어지러운 느낌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보통 이 셋을 각각 다른 문제로 이야기하시는데 한 가지 흐름에서 나오는 신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수분이 고르게 돌지 못하고 한쪽에 몰리는 상태를 오래전부터 다뤄왔습니다. 물이 모자란 게 아니라 물이 가야 할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께는 귀 이야기만큼이나 엉뚱해 보이는 것들을 여쭙습니다.
하루에 물을 얼마나 드시는지, 그렇게 마시는데도 갈증이 남는지, 얼음을 씹어 드시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데도 계속 목이 마르다면 마신 물이 필요한 곳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고이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귀에 물이 찬 느낌과 입이 마른 느낌이 같은 뿌리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혀도 봅니다. 혀 가장자리에 이가 눌린 자국이 남아 있으면 몸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는 단서가 됩니다. 저녁에 양말 자국이 남는지, 아침에 얼굴이 부어 보이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확인합니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여쭙습니다. 수분이 위쪽에 몰리는 분들은 잠귀가 예민하고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어서 이 부분이 처방 방향을 가르는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순서를 지켜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면 돌발성 난청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발병 초기에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청력검사를 받으셨는지, 진단명이 무엇으로 붙었는지를 반드시 여쭙습니다. 어지럼이 심하게 반복되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방 치료는 이 확인 위에서 시작합니다. 검사에서 원인이 잡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먹먹함과 이명을 몸 전체의 수분 흐름이라는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입니다.